[heimdex people] '하지 않는 것'을 파는 브랜드의 언어|Design & Marketing

[heimdex people] '하지 않는 것'을 파는 브랜드의 언어|Design & Marketing

안녕하세요. 하임덱스 양디입니다. 👋

하임덱스 제품의 핵심 가치는 “하지 않는 것”입니다. 영상을 업로드하지 않고, 원본을 옮기지 않고, 클라우드로 보내지 않습니다. 그런데 브랜드 입장에서 '하지 않음'은 팔기 가장 어려운 종류의 가치예요. 없는 것은 보여줄 수도, 자랑할 수도 없으니까요.

이번 리브랜딩을 맡은 프로덕트 디자이너 김준수님과 PM 강희조님의 이야기를 두 편으로 나눠 전합니다. 1편은 형태 이전의 이야기가 '없음'을 어떤 언어로 만들었고, 그 언어를 어떻게 판정 가능한 기준까지 내렸는가 입니다.


Q1. 준수님, 안녕하세요. 리브랜딩을 맡고 나서 가장 먼저 하신 일이 뭐였나요?

안녕하세요, 프로덕트 디자이너 김준수입니다. 주로 화면 설계, UI, 디자인 시스템 등 AI가 생성한 결과를 사용자가 이해하고 믿고 쓸 수 있도록 경험 전반을 설계하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입사했지만 로고와 브랜드 가이드 작업에도 욕심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를 제안받았을 때 흔쾌히 맡았습니다.

다만 맡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뭘 그리는 게 아니라 범위를 자르는 일이었어요. 리브랜딩은 어디까지 할지 정하지 않으면 끝이 없거든요. 기준은 하나였습니다. 지금 정해두지 않으면 나중에 다시 만들어야 하는 것부터. 이미 제품 1개와 플레이그라운드, 홈페이지가 돌아가고 있었으니, 리브랜딩을 하는 동안에도 화면은 계속 쌓입니다. 지금 기준이 없으면 각자 판단으로 만들어질 영역을 먼저 넣었어요.

챕터 이번에 확정한 것
1. Brand Story Brand Statement, BX Core Values, Team Core Values
2. Design Principle Brand Experience, BX Image, Experience Strategy
3. Logo 심볼, 시그니처(가로·세로), Incorrect Usage
4. Color Brand/Primary 분리, 배경별 사용 규정
5. Application 실제 접점 적용

Q2. 그 안에서 브랜드 언어를 만들 때 가장 어려웠던 문제는 무엇이었나요?

두 가지가 계속 걸렸습니다.

첫째, 우리 제품의 핵심이 '안 하는 것'입니다. 업로드하지 않고, 원본을 옮기지 않아요. 그런데 브랜드 메시지에서 부정형은 힘이 약합니다. "~하지 않습니다"는 방어적으로 들리고, 경쟁사가 무언가를 한다는 걸 전제로 깔게 되거든요.

둘째, 고객이 한 업종이 아닙니다. 엔터테인먼트 제작 현장, 로펌의 폐쇄망, 로봇의 엣지 환경까지 갑니다. 이 세 곳은 쓰는 언어도, 사는 이유도 완전히 달라요. 그런데 브랜드 문장은 하나여야 합니다.

이 두 문제를 어떻게 푸느냐가 사실상 1번 챕터 전부였기에, 마케팅 팀과 많은 고민을 해야했습니다.

Q3. 희조님 첫 번째 문제, '안 함'을 어떻게 언어로 만드셨어요?

부정문을 쓰지 않고, 두 개의 긍정문을 나란히 놓는 구조로 갔습니다.

"Data Stays, Insight Moves"

여기엔 '않는다'가 한 번도 안 나옵니다. 대신 주어 둘을 대비시켜요. 데이터는 머무르고, 통찰은 움직인다. 같은 문장 안에서 하나는 정지, 하나는 이동입니다. 우리가 안 하는 일(데이터 이동)과 하는 일(통찰 전달)이 한 문장에 동시에 들어가면서, 안 하는 쪽이 결핍이 아니라 의도된 설계로 읽히게 됩니다.

그리고 태그라인 밑에 해설을 한 줄 따로 뒀어요.

업로드 없이 검색하세요.

태그라인은 구조를 말하고, 서브카피는 행동을 말합니다. "Data Stays, Insight Moves"만 있으면 멋있지만 뭘 하라는 건지 모르거든요. 이 두 줄은 항상 세트로 쓰게 되는 것입니다.

Q4. 두 번째 문제, 서로 다른 업종을 하나의 문장으로 묶는 건 어떻게 하셨나요?

미션에서 업종을 지우고 단위를 남기기로 했습니다.

Mission — "Unlocking Every Frame"
모든 프레임에 지능을 부여한다. 방치된 영상을 엔터의 자산이자 로봇의 지능이 되는 고순도 데이터 엔진으로 만듭니다.

엔터의 씬도, 로펌의 증거 영상도, 로봇이 학습할 시각 데이터도 결국 전부 프레임입니다. 산업은 다르지만 우리가 다루는 최소 단위는 같아요.

만약 미션에 '영상 아카이브'나 '미디어'처럼 산업을 암시하는 말을 넣었다면, 피지컬 AI 쪽으로 확장하는 순간 미션을 다시 써야 했을 겁니다. 브랜드 문장은 회사가 커질 때 같이 커져야 하는데, 업종 이름을 넣으면 그 자리에서 천장이 생겨요.

이건 나중에 실제로 도움이 됐습니다. 새로운 산업의 고객을 만날 때 브랜드 문장을 고칠 필요가 없었거든요.

Q5. Vision의 "Data Gravity"는 업계 용어를 그대로 쓰신 것 같은데, 의도가 있었나요?

Vision — "Data Gravity, Insight Velocity"
무거운 영상은 그대로, 통찰만 자유로운 세상. 전송의 비효율을 끝내고 현장에서 즉각적인 발견이 일어나는 시스템을 완성합니다.

네, 일부러 가져왔습니다. 데이터 중력(Data Gravity)은 인프라 쪽에서는 이미 널리 쓰이는 말이에요. (전 사실 지석님에게 배웠습니다.) 보통 이 용어는 '해결해야 할 골칫거리'로 쓰입니다. 그런데 저희는 이를 부정하지 않기로 했어요. 수 TB짜리 영상이 안 움직이는 건 사실이고, 앞으로도 그럴 테니까요. 대신 움직이는 주체를 데이터에서 통찰로 바꿨습니다. 중력은 인정하고, 속도는 다른 데서 만든다는 뜻이에요.

새 단어를 만드는 것보다 이미 업계가 아는 단어를 우리 쪽으로 재정의하는 편이 설명 비용이 훨씬 쌉니다. 고객이 "아, 그 데이터 중력" 하고 알아듣는 지점에서 시작할 수 있으니까요. 이처럼 '데이터는 고정하고 통찰만 이동시킨다'는 관점이 저희의 BX 가치 체계인 Stay Secure / No Upload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Q6. BX Core Value를 보면 이름이 두 개씩 붙어 있어요. Stay Secure와 No Upload 같은 식으로요.

의도한 구조입니다. 앞은 고객이 얻는 것, 뒤는 우리가 하는 것이에요.

고객의 언어 우리의 언어 내용
Stay Secure No Upload 데이터는 그대로, 보안은 완벽하게. 수 TB의 원본을 클라우드로 옮길 필요 없이 고객 서버 안에서 분석을 끝냅니다.
Light & Scalable Smart Sidecar 영상의 맥락을 읽어낸 사이드카 데이터만으로 원본의 가치를 뽑아냅니다. 원본 이동 없이 사이드카 데이터만으로 가볍고 빠르게 숏폼 제작, 정밀 블러, 증거 서면화를 실행합니다.
Talk to Visuals Natural Search "빨간 옷을 입은 사람"처럼 일상의 언어로 질문하세요. 수만 시간 속 찰나를 찾아 AI 학습 자산으로 전환합니다.

기술 이름만 있으면 고객이 왜 좋은지 모르고, 혜택 이름만 있으면 우리가 뭘로 그걸 하는지가 사라집니다. 그래서 둘 다 남겼어요. 발표 자료나 랜딩 페이지에서는 왼쪽을 앞세우고, 기술 문서나 제안서에서는 오른쪽을 앞세웁니다.

고객의 언어를 전부 동사로 시작하게 맞춘 것도 의도였어요. Stay, Talk처럼요. 명사형 가치는 읽고 나서 할 일이 안 생기는데, 동사형은 다음 행동이 붙습니다.

Q7. 준수님 여기까지가 문장이고, 이제 형태로 넘어가야 하잖아요. 그 사이를 어떻게 이으셨나요?

디자인 원칙도 두 층으로 나눴어요. 앞의 밸류랑 같은 방식입니다.

Brand Experience, 무엇을 느끼게 할 것인가

  • Elastic Intelligence (지능의 유연성)
  • Unshakable Trust (보안의 신뢰감)
  • Dialogue Interface (언어의 직관성)

Experience Strategy, 그러려면 어떻게 동작해야 하는가

  • Lightweight Flow (가볍게 흐르도록)
  • Human-Centric Search (질문과 대답이 중심)
  • Infrastructure Agnostic (어떤 환경에서도)

위층만 있으면 '신뢰감 있게'로 끝나잖아요. 그걸로는 아무것도 못 정해서 아래층을 붙였습니다.

다만 여섯 개를 똑같은 무게로 두진 않았어요. 보안을 제일 앞에 세웠습니다. 비슷한 서비스들은 보통 속도나 정확도, 용량을 앞세우는데 저희는 안 옮기는 게 차별점이니까요. 그럼 브랜드도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봤어요.

문제는 '보안과 신뢰'가 눈에 보이지 않는 개념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안 새는 걸 시각적으로 그리는 건 어렵거든요.

그래서 '형태와 조형에서부터 보안과 신뢰가 느껴지게 하자'는 명확한 방향을 먼저 세웠습니다. 그리고 그 감각을 실제 디자인 요소로 구현하기 위해 하나씩 조건들을 명시해 나갔죠. 그 결과물이 바로 다음에 보여드릴 디자인 체크 리스트입니다.

Q8. 그래도 아직 말이잖아요. 이걸로 로고 후보를 어떻게 판정하신 거예요?

한 번 더 내렸습니다. 원칙을 통과/탈락을 판정할 수 있는 형태로요.
아무리 좋아 보여도 아래 6개 중 하나라도 실패하면 후보에서 버리기로 했습니다.

통과 기준 어떻게 검증했나 실패하면 생기는 일 어느 원칙에서 왔나
최소 크기 16px·24px로 축소해 실제 파비콘·사이드바 자리에 배치 형태가 뭉개져 브랜드로 인식되지 않음 Lightweight Flow
모노톤 성립 컬러 제거 후 흑·백 단색으로만 렌더 워터마크, 1도 인쇄, 다크모드에서 붕괴 Infrastructure Agnostic
다크/라이트 양립 흰 배경·검정 배경·네이비 배경 3종 대조 한쪽 배경에서 로고가 묻힘 Unshakable Trust
레이아웃 양립 가로형·세로형 시그니처 모두 조립 여백 규칙을 일정하게 정의할 수 없음 Elastic Intelligence
상태색 비간섭 성공·경고·실패 색과 나란히 배치 브랜드 색이 제품 내 상태 신호를 방해 Dialogue Interface
토큰 분리 가능성 브랜드용·제품용 계층으로 쪼개지는지 확인 색이 하나뿐이면 UI에서 계층을 못 만듦 Elastic Intelligence

브랜드 원칙이 선언으로만 남으면 실제로는 아무 일도 안 일어나요. 결국 "제가 보기엔 이게 더 예쁜데요"와 "저는 저게 나은데요"가 부딪히고, 목소리 큰 사람이 이깁니다. (저희팀에는 목소리 큰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 상황을 피하려고 원칙을 체크리스트로 바꿔놓고 시작한 셈입니다.

Q9. 그런데 제약을 기준으로 삼으면 결과가 다 비슷해지지 않나요? 요즘 B2B 로고들이 대체로 비슷해 보이는 이유가 그것 같기도 한데요.

맞는 지적이에요. 그게 이 방식의 가장 큰 위험입니다.

작게 줄여도 안 무너지고, 다크에서도 보이고, 단색으로도 성립하는 형태를 찾다 보면 답이 좁아집니다. 기하학적이고, 단순하고, 대칭에 가까운 쪽으로 수렴해요. 제약을 열심히 지킬수록 남들과 비슷해지는 구조인 거죠.
희조님도 그걸 병적으로 싫어했고, 저도 이제 보라색 그라디언트 위주의 결과물들은 보기만 해도 지치기도 하네요😅

모쪼록 그런 사태를 피하기 위해 제약은 후보를 거르는 기준으로만 쓰고, 후보를 만드는 기준은 앞의 문장들에서 가져왔습니다. 형태의 출발점을 "무슨 모양이 예쁠까"가 아니라 "우리 기술의 구조가 무엇인가"에 뒀어요.

솔직히 이 부분은 아직 완전히 자신 있지는 않습니다. 차별성은 가이드를 만든 시점이 아니라 몇 달 뒤 시장에서 검증되는 거니까요.


'없음'을 그리는 일 : 문장이 형태로 바뀌는 순간

단순한 제약 조건을 넘어, 하임덱스만의 독차적인 기술 구조를 어떻게 하나의 visual symbol로 치환했을까요?

하임덱스만의 시그니처 형태를 완성해 나간 과정, 그리고 수많은 검증 체크리스트를 통과해 최종 로고와 디자인 시스템이 탄생하기까지의 치열했던 형태화 작업 기록을 2편에서 공개합니다. 많은 기대해주세요 ~!

우리는 '보이지 않는 가치'의 크기를 아는 사람들과 함께합니다.

하임덱스는 거대하고 무거운 영상 데이터 속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잠재력과 통찰을 끄집어내는 팀입니다.

화려한 전송 속도나 거대한 클라우드 용량을 자랑하기보다, 고객의 소중한 데이터가 단 1픽셀도 밖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서버 안을 묵묵히 지키는 'Security'와 원본 이동 없이 맥락을 읽어내는 'Intelligence'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합니다.

움직이지 않는 데이터 위에서 최고의 모델을 고민하며 현장의 문제를 풀어내는 AI 연구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안정적인 기술의 뼈대를 세우는 엔지니어, 그리고 그 엄중한 가치를 직관적인 UX와 단단한 언어로 변환하는 디자이너와 마케터까지.

기술의 화려함보다 기술이 지켜내야 할 경계를 더 깊게 고민하는 사람들이 모여 하임덱스의 내일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어려운 문제를 기술로 풀고, 그 기술의 가치를 가장 직관적인 언어로 증명하는 일. 하임덱스의 여정에 함께하고 싶거나 우리의 기술이 궁금하시다면 언제든 문을 두드려주세요.